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_첫번째 이야기

2010. 2. 12. 12:20고도의 집중과 몰입을 위한 도구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박경철 (리더스북,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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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루에 경험하는 희로애락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는 이 네가지의 무게 중에서 애의 절대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삶을 살 수 밖에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쁨이란 얼마 지나지 않아 내성이 생겨서 금방 무뎌지지만, 슬픔이란 몇 배 더 여운이 길게 남는 법이다.

 

수술대 앞에 섰을 때 손이 떨리면 그것은 의사로서 환자를 놓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럴 때는 무엇보다 나를 추슬러야 한다. 의사가 무너지면 환자는 바로 죽음의 경계를 넘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좀더 폭넓은 시각을 갖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이 이런 과정들을 통해 찾아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인생은 내일 아침에 숨을 쉰다는 보장이 없는 것임에도, 우리는 너나없이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손에 넣은 듯 자만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가혹하고 잔인한 운명과 정면으로 맞서 당당하게 이긴 사람에게, 이깟 목발쯤이야 뭐 대수로울까. 하지만 오직 자신에게만 불행이 닥친 것 같은 절망감을 이겨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리라.

 

바람이 제법 찬 가을 아침에 일자리가 없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근사한 카페에서 코냑이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은 표정들이 대개 심각하다. 그러나 안동 막창 골목에서 소주 한 병 시켜놓고 돼지 막창을 굽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떠들석하고 유쾌하다.

 

인생에는 오묘한 인과의 질서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지금도 나는 보이지 않는 그 오묘한 질서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게 세상은 짧은 기호들로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나는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 혹은 알지도 못하는 것들을 약장수처럼 떠벌려 팔러 다닐 생각은 없다. 스스로도 책임질 수 없는 달콤한 말로 소위 '전망'에 대해 목말라 하는 이들의 목을 축여줄 용기도 없다. 지금껏 내게 주어진 삶은 언제나 만만치 않았고 여러 가지 시험들을 피해가기에도 숨이 턱밑까지 차는데, 어찌 다른 사람들에게 세상이 만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자비심이란 "나를 상대와 똑같이 낮추어 상대방의 슬픔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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