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2. 12:21ㆍ고도의 집중과 몰입을 위한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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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로마인에게 흥미를 갖는 것은 그들이 인간성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서도 환상을 품지 않고 행동했다.
로마인도 인간인 이상, 실패가 없지 않았다. 로마사를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 역사는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대의 다른 만족들과 달랐다. 그들은 스스로의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주저 없이 개혁을 단행하는 용기를 잃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그 실패에서 벗어나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상황을 정리하려 하다. 로마인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그들은 실패한 상황에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p.23
어느 사회에도 지도자는 필요불가결하다.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다면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사회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의 ‘의리와 인정’ -파트로네스와 클리엔테스 -p.90
누구라도 패배를 당한 직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을 찾아 반성할 것이다. 그러나 불완전하게나마 그럭저럭 회복이 되고 나면 ‘식도만 넘어가면 뜨거움을 잊는다.’는 말처럼 고통도 잊고 반성하던 자세도 흐지부지해진다. 그리고 중요하게 여겼던 개혁도 소홀해져 버린다.
문제점을 알고 있다 해도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은 때로 그것들을 동시에 해결하려고 서두르다 실패한다. 혹은 맨 처음에 정리해야 할 문제를 뒷전으로 미루어 오히려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로마인은 그러한 실수를 웬만해서는 범하지 않았다. 비록 시간이 걸린다 해도 하나하나의 문제점을 우선순위에 따라 해결해 나가면서 확실하게 골인을 한다.
이번 일도 그 같은 로마인의 특성대로 진행되었다. 켈트 족이 떠나고 난 로마에서 우선순위는 로마의 부흥이었다. 그 다음이 주변 여러 나라를 제압하면서 방위 체제를 확립하는 것이었다. 공화정이든 왕정이든 국가로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생존과 안전 확보이다. 그래서 그것부터 일단 정리해 나간다. 내정 개혁은 뒤로 미루어도 상관없다는 명확한 판단이었다.
-p.99
로마인은 켈트 족 습격 충격을 되돌아보고, 한 세기 동안이나 계속된 귀족과 평민 사이의 항쟁이 로마를 폐허로 만든 근본 요인이었음을 직시한다. 그뿐 아니라 그 항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해야겠다고 각오한다. 이렇게 해서 창출된 것이 기원전 367년의 리키니우스 섹스티우스법이다. 이 법의 성립으로 로마 공화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오늘날의 ‘기회의 평등’과 같은 것이었다. 모든 관직을 귀족과 평민에게 기계적으로 배분한다면 그것은 ‘결과의 평등’이다. 결과의 평등은 언뜻 보면 분명 ‘차별’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귀족과 평민의 ‘구별’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로마에게 중요한 것은 형식의 평등이 아닌 로마 시민으로서의 연대 확립이었다. 로마인들은 그와 같이 생각하고 그것을 단행한 것이다.
-p.102
사람의 왕래를 끊는 방벽과 사람의 왕래를 촉진하는 가도……. 똑같이 고대 제국이라 일컬어진 로마와 중국이었지만, 두 나라의 ‘삶의 방식’은 전혀 달랐다. 그리고 로마의 도로망은 ‘팍스로마나(로마의 평화)’로 연결된 데 비해 만리장성은 중국에 ‘팍스(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천재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옛날부터 눈앞에 있었는데도 아무도 주목하지 못했던 것을 주목해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천재이다.
만약 로마의 군단이 기병 중심으로 바뀌어 버리면 그 군단은 이미 로마의 군단이라고 할 수가 없다. 중장비 보병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로마 시민이 주권자인 로마의 공화정을 버리는 것이고, 로마인의 영혼을 버리는 것과 같다.
로마인들은 로마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면서까지 한니발을 이기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하 병사들에게 친밀하게 말을 거는 것도 아니고 격려해 주는 것도 아닌데, 부하들은 한니발을 한없이 경애했다. 한니발의 잠시뿐인 휴식을 무기가 내는 소리로 방해하지 않게 마음을 써 줄 정도였다.
동서고금에서 뛰어난 지도자로 알려진 사람들은 모두 이 ‘뭔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단지 통솔력만으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이끼는 재능이 있고, 이와 함께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재능이 있어야 주위에서 그를 지도자로 인정한다. 한니발은 군사와 전술 면에서도 천재였지만, 확실히 진정한 지도자였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할 수 없다’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 행동의 미학이라 바꿔 말해도 된다.
자신이 소지한 카드가 무엇인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중에서 현재도 통용되는 것과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을 분류한다. 그리고 지금도 통용되는 카드를 조합해 최대의 효과를 노린다. 나는 이것이 확실히 재구축 이라는 의미의 진정한 구조 조정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뿐 아니라 모든 조직이 쇠퇴하는 것은 인재의 소진 때문이 아니다. 인재는 어느 세상이나 어느 조직에도 있다. 다만 쇠퇴기에 접어들면 그 인재를 활용하는 매커니즘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설득력이라는 것은 요컨대 적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입니다.
‘로마인은 인간성에 대한 환상을 품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도 환상을 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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