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2. 21:35ㆍ고도의 집중과 몰입_Life Experiences/코펜하겐:Copenhagen, Denmark
낯선 환경에서 돈까지 벌면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신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닌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호주가 학기제가 달라, 벌써 수업이 시작되었나 보네요. 새학기 시작에 부담감도 많이 생기셨을 텐데, 더군다나 기운 빠지는 일들도 생겨서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제 글을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네요. 저는 잠깐 한국에 들렀다가, 지금 현재는 덴마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어요. 제가 학번은 05니 XX씨보다는 한살 많을 듯 싶은데..ㅎ J
글 주신 것 읽으면서 참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지난 6월 25일 제가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 올 땐, 정말 아시는 분 하나 없이 왔기 때문에, 너무 낯선 환경, 사람들의 모습들에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한국 사람으로서 공감대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구요.
이것 저것 드릴 얘기가 많지만 먼저, 오늘은 중요한 것들만 얘기해 볼께요.
1. 교환학생
말씀하신대로 외국 생활은 로망보다는 현실에 가까워요. 물론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이 한국에 돌아가선, 다시 한국 생활에 적응해서 살아가기도 하지만, 교환학생 생활을 어떻게 하시는지에 따라 경험의 깊이가 사람마다 다르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환학생 생활 + 일까지 해보셨다는 것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훨씬 폭넓은 경험을 하고 계신 거예요.
솔직히 제게 교환학생이란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까웠어요. 정말 편하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했으니 지금 캐나다 친구들과 연락해보면, 그때가 꿈만 같답니다. 단지, 제가 XX씨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덴마크에서 현재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데요. 일을 ‘외국’에서 한다는 것은, 돈 버는 것 이외에 참 사람을 버겁게 할 경우가 많더군요. 학교라는 공간은 우리가 낸 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기 때문에, 내가 굳이 상대에게 잘 보이거나, 상대가 원하는 것을 꼭 맞춰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어요. 하지만 외국에서의 일 경험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문화적 기반 없이, 그 사람들 기준에 맞추어 일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입니다.
정확히, 어떤 일 때문에 풀이 죽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감사히 여기실 줄 아는 분이셔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기회가,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조차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거든요. 분명, XX씨께서 겪는 어려움이 누군가에겐 훗날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캐나다에서 글을 끄적인 이유 또한 그런 의미에서였습니다. 너무 춥고, 불평하자면 끝도 없이 불평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보면 이게 정말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거든요. 어제보단 오늘이 낫지, 그리고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외국 친구들을 통해, 저는 순간순간 ‘도’닦는다.. 는 생각으로 감사하며 지냈습니다. J
2. 자기 자신을 잘 돌보기
혹시 혼자 오랫동안 살아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워낙 가족들과 북적거리며 자라와서 지난 캐나다생활, 스웨덴, 그리고 덴마크 생활이 생각만큼 쉽진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서로 챙겨주던 한국에서의 삶과는 전혀 다르게,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를 챙겨야 하는 일들 투성 이었거든요. 빨래, 음식, 특히 이 요리 해먹는 일 때문에 요즘에도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J
건강 챙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에 있어서 스스로를 잘 돌보는 일도 정말 중요해요. 외로울 땐 외로운 대로, 즐거울 땐 즐거운 대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외국에서의 생활이 주는 이점이거든요.
자신감이 많이 상실할 때도 분명 있습니다. 저는 고대 국제 경영 수업을 들으면서 만났던 여러 유럽친구들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제 모국어마냥 써대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영어공부의 아주 훌륭한 자극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영어로 바보같이 발표할 때도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얘 뭐야? 싶게 창피할 때도 있었지만, 그 친구들 덕분에 정말 영어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완벽하진 않아요. J 단지, 정말 죽을 것 같이 창피하고, 힘들어도, 수업엔 꼭 가고, 팀플레이 하면 다른 팀원에게 피해 안되게 꼭 참석하고… 발표 힘들어도 해내고… 그러다 보니, 지금은 영어가 좀 편해졌습니다.
어떻게 20 여년을 한국말만 써온 사람에게 대번 영어로 모든 것을 소통하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XX씨가 되시길 빕니다. 정말, 지금 XX씨가 하는 경험들이, 나중에 진짜 가슴 깊이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XX 씨라면 외국 생활의 깊이를 제.대.로. 알고 계신 몇 안되는 소중한 분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힘내세요.
XX씨처럼 저도 고민하고, 부딪치면서, 그렇게 코펜하겐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그리고 편지 고마워요. J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제게도 참 행복한 일이네요.
또다시 편지 줄꺼죠? 다음 편지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호주의 모습들에 대해서도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제가 아직 호주에 가보질 못해, 궁금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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